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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에서 "모르겠는데요"를 영어로 못 하면, 외운 발표가 무너집니다

2026-10-04
Q&A에서 "모르겠는데요"를 영어로 못 하면, 외운 발표가 무너집니다

발표 슬라이드는 다 외웠습니다. 흐름도 매끄럽고, 중간 전환 문장도 손에 익었어요. 마지막 슬라이드까지 무사히 왔고, "Thank you"를 말하는 순간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Any questions?"를 던진 순간부터는 대본이 없거든요.

질문이 들어오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질문을 완전히 이해 못 했는데 되묻기는 민망하고, 답을 모르는데 모른다고 하면 준비가 부족해 보일 것 같고, 그 자리에서 답하기 애매한데 "I don't know"라고 하기는 싫고. 그래서 어정쩡하게 아는 척 길게 떠들다가, 결국 "음, 그러니까요"만 반복하게 됩니다.

사실 Q&A에서 필요한 건 유창함이 아니에요. 외운 발표 본문보다 훨씬 짧은, 세 종류의 문장만 있으면 됩니다. 질문을 되받는 문장, 모른다고 말하는 문장, 나중에 답하겠다고 넘기는 문장. 이 세 가지가 입에 붙어 있으면 질문이 뭐가 오든 당황하지 않아요. 오늘은 이 세 묶음을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질문을 못 알아들었을 때, 되묻는 문장부터

질문을 반쯤만 알아들었을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Pardon?" 한마디로 끝내는 거예요. 이건 "뭐라고요?"에 가까워서, 상대가 질문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말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두 번째 들을 때도 못 알아들을 확률이 높고요.

이렇게 쓰기 쉽죠“Pardon? Can you say again?”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Just to make sure I understand — are you asking about the timeline, or the budget?”
못 알아들었을 땐 '내가 이해한 부분'을 보여주고 선택지를 주세요.

여기서 핵심은 되묻기의 '방식'입니다. "Say again"은 상대에게 전부 다시 말하라는 요청이지만, after 문장은 내가 이해한 범위를 먼저 꺼내 놓고 확인을 구해요. are you asking about A, or B 구조로 선택지를 주면, 상대는 "The budget"처럼 한 단어로 답할 수 있어서 소통이 빨라집니다.

문법적으로도 짚을 게 있어요. Just to make sure I understand에서 make sure 뒤에 that이 생략된 절이 왔는데, 이건 "확실히 해두려고요"라는 뜻으로 되묻기를 부드럽게 여는 쿠션입니다. 한국어의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확인차 여쭤요"와 정확히 같은 기능을 하는 관용 표현이에요.

질문 자체가 모호할 때, 핵심을 좁혀 되받기

알아듣긴 했는데 질문이 너무 넓거나 추상적일 때가 있어요. "이 전략이 지속 가능한가요?" 같은 질문이요. 이럴 때 바로 답하려 들면 중구난방이 됩니다. 질문을 한 번 좁혀서 되받는 게 먼저예요.

이렇게 쓰기 쉽죠“What do you mean sustainable? I think it is sustainable.”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When you say sustainable, do you mean financially, or in terms of the team's workload?”
상대의 단어를 그대로 받아 쓰면 "질문을 피한다"는 인상이 안 생겨요.

before 문장의 What do you mean은 어조에 따라 "그게 무슨 말이에요?"처럼 따지는 느낌이 날 수 있어요. 반면 When you say sustainable는 상대가 쓴 단어 sustainable을 그대로 받아서 "당신이 말한 그 단어, 이런 뜻인가요?"로 정중하게 되묻습니다. 상대의 표현을 인용하는 건 영어 비즈니스 대화에서 아주 흔한 예의거든요.

do you mean financially, or ...에서 mean은 여기서 자동사가 아니라 뒤에 보충 설명을 요구하는 구조로 쓰였어요. mean 뒤에 부사(financially)나 전치사구(in terms of the team's workload)를 붙여서 "재정적으로요, 아니면 팀 업무량 면에서요?"로 방향을 두 갈래로 제시합니다. 이렇게 하면 모호했던 질문이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뀝니다.

답을 모를 때, 모른다고 말하는 법

Q&A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답을 모를 때죠. 많은 분이 "I don't know"를 피하려다 오히려 신뢰를 잃습니다. 아는 척 둘러대면 다음 질문에서 더 깊이 들어오거든요. 모를 때 깔끔하게 인정하는 문장이, 아는 척하는 것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들립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Sorry, I don't know. I didn't prepare that.”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I don't have that number in front of me, but I can confirm it and send it over by tomorrow.”
"모른다"로 끝내지 말고 "어떻게 확인할지"를 붙이면 준비 부족이 아니라 신중함이 됩니다.

before는 모른다는 사실에 "준비 안 했어요"라는 변명까지 붙어서 이중으로 부정적이에요. after는 다릅니다. I don't have that number in front of me는 "지금 그 숫자가 제 손에 없다"는 뜻으로, 완전히 모른다가 아니라 "이 자리에서 바로 꺼낼 수 없다"는 한정된 표현이에요. don't know보다 훨씬 덜 무력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but 뒤에 바로 I can confirm it으로 다음 행동을 붙였죠. 여기서 confirm은 "내가 모르는 걸 알아보겠다"가 아니라 "확인해서 확실하게 해주겠다"는 능동적인 동사예요. 모른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끝을 책임지는 문장이 됩니다. send it over의 over는 "상대 쪽으로 보내다"는 방향감을 더해서 send it보다 자연스럽고요.

지금 답하기 애매할 때, 나중으로 미루기

답은 알지만 이 자리에서 다루기엔 범위가 크거나, 다른 사람과 상의가 필요하거나, 발표 흐름상 지금 꺼내면 곁길로 새는 질문이 있어요. 이럴 때 억지로 그 자리에서 답하면 발표 전체가 흔들립니다. 깔끔하게 뒤로 미루는 문장이 필요해요.

이렇게 쓰기 쉽죠“That is a different topic. Let's talk about it later.”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That's a great point, but it's a bit outside today's scope. Can we take it offline after the session?”
take it offline은 "이 자리 말고 따로"라는 뜻의 업무 관용 표현이에요.

before의 That is a different topic은 "그건 다른 얘기예요"로 선을 긋는 느낌이라, 질문자를 무안하게 만들 수 있어요. after는 먼저 That's a great point로 질문의 가치를 인정하고, but으로 부드럽게 방향을 틉니다. it's a bit outside today's scope에서 a bit은 "조금"이라는 완충 장치예요. outside today's scope라고만 하면 단호한데, a bit을 넣으면 "오늘 범위에선 살짝 벗어나요" 정도로 톤이 내려갑니다.

take it offline은 직역하면 어색하지만, 실무에선 "이 공식적인 자리 말고 따로 이야기하자"는 뜻으로 굳어진 표현이에요. 회의나 발표에서 특정 주제를 뒤로 빼고 싶을 때 거의 공식처럼 씁니다. Can we ...?로 물음 형태를 취한 것도 포인트예요. 혼자 결정해 미루는 게 아니라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모양이라 훨씬 정중합니다.

이 문장들이 '내 것'이 되려면

세 종류의 문장을 읽고 나니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Q&A 자리에선 또 안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발표 본문처럼 통으로 외운 문장은 되레 Q&A의 돌발 질문 앞에서 무너지거든요. 외운 문장이 아니라, 직접 써 보면서 내 상황에 맞게 변형해 본 문장이라야 입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Can I answer that question in the next meeting please?”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I'd rather not give you a half answer now — let me look into it and follow up by Friday.”
애매할 땐 "지금 반쪽짜리 답을 드리기보다는"으로 미루는 이유를 밝히세요.

before는 틀린 문장은 아니지만 "다음 회의에서 답해도 될까요"가 질문자 입장에선 왜 지금 안 되는지 알 수 없어요. after는 I'd rather not give you a half answer로 미루는 이유를 먼저 밝힙니다. would rather not은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완곡한 거절 겸 선택의 표현이고, half answer는 "반쪽짜리 답"이라는 구어적 비유라 "대충 답하고 싶지 않다"는 성의가 전해져요.

이런 문장은 한 번 읽는다고 외워지지 않아요. "내 발표 주제라면 이 자리에 어떤 단어가 들어갈까"를 직접 써 봐야 합니다. 질문을 되받는 문장에 내 프로젝트 이름을 넣어 보고, 미루는 문장에 내 다음 마감일을 넣어서 한 번 써 보세요. 그렇게 내 손으로 쓴 문장은 다음 발표의 Q&A에서 다른 모습으로도 변형돼 나옵니다. 외운 발표는 끝나면 사라지지만, 써 본 문장은 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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