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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정산 메일에서 "금액이 안 맞아요"를 영어로 옮길 때

2026-08-17
무역 정산 메일에서 "금액이 안 맞아요"를 영어로 옮길 때

분기 마감 즈음, 거래처에서 온 인보이스와 우리 장부가 안 맞습니다. 3천 달러쯤 차이가 나는데, 원인은 아직 모릅니다. 이걸 상대방에게 메일로 물어봐야 하는데, 손이 멈춥니다. "금액이 안 맞아요"를 영어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부터 막히거든요.

The amount is different. The number is not correct. 이런 문장이 떠오르긴 합니다.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렇게 쓰면, 받는 사람은 "뭐가, 어디가, 얼마나?"를 다시 물어봐야 합니다. 무역·금융 실무의 영어는 문법이 어려운 게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지정하는 단어가 따로 있다는 게 어렵습니다. discrepancy, reconcile, outstanding 같은 단어들은 교과서 어휘 리스트에 잘 안 나오죠.

이 글은 그 간극을 다룹니다. 정산이 안 맞고, 결제가 밀리고, 환율 때문에 숫자가 흔들리는 상황. 이걸 상대가 바로 알아듣는 문장으로 옮기는 법을 예문으로 짚어보겠습니다.

"금액이 안 맞아요"는 different가 아니라 discrepancy

숫자가 안 맞을 때 different를 쓰면, 그냥 "다르다"는 사실만 전달됩니다. 실무에서 필요한 건 "대사(對査)해봤더니 불일치가 있다"는 지점을 짚는 거예요. 여기서 쓰는 단어가 discrepancy입니다. 그리고 "안 맞다"는 상태보다, "맞춰봤다"는 행위를 앞세우면 훨씬 협조적으로 읽힙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The amount in your invoice is different from ours.”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There's a discrepancy between the amount on your invoice and our records.”
discrepancy는 "확인이 필요한 불일치"라는 뉘앙스를 담습니다.

different는 형용사라서 "다르다"는 정적인 상태만 말해요. discrepancy는 명사인데, "이건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실무적 무게가 실립니다. 전치사도 주의하세요. discrepancy between A and B가 기본형이고, "인보이스 상의 금액"은 the amount on your invoice입니다. in이 아니라 on을 쓰는 건, 문서 표면에 적힌 항목을 가리킬 때 영어가 on을 쓰기 때문이에요. 금액이 문서 위에 인쇄돼 있다고 생각하면 감이 옵니다.

"정산을 다시 하다"는 do again이 아니라 reconcile

우리 장부와 상대 장부를 맞추는 작업을, 한국어로는 "정산" 혹은 "대사"라고 합니다. 이걸 영어로 do the settlement again이라고 하면 뜻은 통하지만, 실무 단어가 아니에요. 회계·무역 현장에서 이 행위를 가리키는 동사는 reconcile입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Can we do the calculation again to match the numbers?”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Could we reconcile the figures on both sides?”
reconcile은 "양쪽 기록을 대조해 일치시키다"라는 회계 전용 동사입니다.

do again은 "다시 계산하다"라는 물리적 반복을 뜻해요. 하지만 실무에서 필요한 건 반복이 아니라 "양쪽을 대조해 원인을 찾는" 작업이죠. reconcile 하나가 그 과정 전체를 담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Can we가 아니라 Could we를 쓴 이유. Could는 시제상 과거형이지만, 실제로는 정중한 제안을 만드는 장치예요. 상대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할 때, Could가 Can보다 한결 부드럽게 읽힙니다. number 대신 figure를 쓴 것도 사소하지만 실무적입니다. figure가 회계·통계 맥락에서 더 자연스럽게 쓰이거든요.

"아직 결제 안 됐어요"는 not paid가 아니라 outstanding

미결제 금액을 두고 not paid yet이라고 쓰면, "안 냈다"는 지적처럼 들립니다. 상대가 일부러 안 낸 건지, 처리 중인 건지 구분이 안 되고, 은근히 책망하는 뉘앙스가 남아요. 이때 쓰는 단어가 outstanding입니다. "아직 정산되지 않고 남아 있는"이라는 중립적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The payment for invoice #204 is not paid yet.”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The payment for invoice #204 is still outstanding.”
outstanding은 책임을 묻지 않고 "미결제 상태"만 담담히 짚습니다.

not paid는 수동태라서, 은연중에 "누가 안 냈다"는 주체를 떠올리게 합니다. 반면 outstanding은 형용사로, "이 건은 아직 처리가 안 남아 있다"는 상태 그 자체를 말해요. 책임 소재를 흐리는 게 아니라, 사실 확인 단계에서 감정을 빼는 겁니다. still을 함께 쓰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속성이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참고로 outstanding balance(미결제 잔액), outstanding payment(미결제 대금)는 통째로 외워두면 정산 메일이 훨씬 빨라집니다.

"환율 때문에 손해 봤어요"는 lose money가 아니다

환차손을 lose money because of exchange rate라고 풀어 쓰면 틀리진 않지만, 무겁고 개인적으로 들립니다. "내가 돈을 잃었다"는 감정이 앞서죠. 실무에서는 exchange rate difference, 혹은 그 결과를 가리키는 foreign exchange loss처럼 현상을 지정하는 표현을 씁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We lost some money because of the exchange rate change.”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The difference is due to a change in the exchange rate.”
손해의 감정이 아니라 "차이의 원인"을 짚는 방식입니다.

lost money는 주어가 we라서, 우리 쪽 손실을 감정적으로 강조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산 메일에서 필요한 건 "이 3천 달러 차이가 왜 생겼나"에 대한 설명이에요. The difference is due to로 시작하면, 주어가 사람이 아니라 "차이" 자체가 되면서 담담한 원인 규명이 됩니다. due to 뒤에는 명사가 온다는 점도 기억하세요. because는 문장을 이끌고, due to는 명사구를 이끕니다. a change in the exchange rate에서 관사 a를 붙이는 건, "한 번의 변동"이라는 구체적 사건을 가리키기 때문이에요. 관사 하나로 추상과 구체가 갈립니다.

"확인하고 알려주세요"는 명령이 아니라 요청으로

정산 메일의 마무리는 대개 "확인 후 회신 부탁드립니다"입니다. 이걸 Check it and tell me라고 쓰면, 급하게 명령하는 것처럼 읽혀요. 특히 거래처를 상대할 때는, 확인을 요청하는 문장의 격식이 관계 전체의 온도를 정합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Please check it and tell me the result.”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Could you please review this on your end and let me know?”
check보다 review, tell me보다 let me know가 한 단계 정중합니다.

check는 "슥 훑어봐"에 가까운 캐주얼한 동사예요. 정산 건처럼 상대가 자기 장부를 대조해야 하는 상황엔 review가 맞습니다. tell me the result는 "결과를 나한테 말해"라는 직접 지시라서, let me know로 바꾸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여지가 생겨요. on your end라는 표현도 유용합니다. "그쪽에서"라는 뜻인데, 책임을 넘기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쪽을 확인하자"는 협업의 뉘앙스를 담습니다. 같은 요청도 동사 선택과 한두 마디 완충어에 따라 관계가 달라집니다.

정산 메일이 어려운 건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이런 표현들이 교과서에 없어서, 매번 처음 마주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discrepancy, reconcile, outstanding처럼 상황을 정확히 지정하는 단어는, 한 번 직접 써보면 다음 메일에서 손끝에 남습니다. 검색해서 잠깐 쓴 표현은 다음 주면 잊히지만, 내가 문장으로 써본 표현은 남거든요. 오늘 쓴 정산 메일 한 줄부터, 내 문장으로 저장해두는 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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