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 발표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왜 심사역들이 되묻는 걸까요

IC 발표를 앞두고 슬라이드를 다 넘긴 다음, "그래서 이 딜은 통과입니다"까지 오면 손에 땀이 나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파트너가 첫 질문으로 "그 IRR, 어떤 전제에서 나온 숫자예요?"를 던지는 순간, 준비한 결론이 갑자기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한국어로는 감각적으로 "물론 시장이 이렇게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요"를 덧붙이면서 말합니다. 그런데 영어로 옮기면 이 '전제 붙이기'가 자꾸 빠집니다. 결론만 딱 던지고 나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근거 없는 자신감처럼 들리는 거죠. 심사역들이 자꾸 되묻는 건 당신이 틀려서가 아니라, 문장이 조건을 안 달고 나와서예요.
오늘은 딜을 심사하고 방어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가정과 리스크를 문장 앞에 붙여 결론을 말하는 법을 정리해볼게요. 결론을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어 가능하게 만드는 문장 구조입니다.
결론 앞에 전제를 다는 순서 자체가 신뢰를 만듭니다
한국어는 결론을 먼저 말하고 조건을 뒤에 붙여도 자연스럽습니다. 영어 IC 발표에서는 순서를 뒤집는 게 훨씬 안전해요. 조건절을 앞에 두면 듣는 사람이 "아, 이 사람은 자기가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 안다"고 받아들이거든요.
같은 정보인데 순서만 바뀌었죠. before는 결론(3x return)을 먼저 던지고 조건을 나중에 덧붙여서, 마치 발표 도중에 "아 참, 이건 조건이 있어요"라고 급하게 수습하는 느낌을 줍니다. after는 Assuming으로 문장을 열어, 결론을 듣기 전에 이미 전제를 깔아둡니다. 심사역은 결론을 들을 때 이미 그 결론의 범위를 알고 듣게 돼요. 방어의 절반이 문장 순서에서 끝납니다.
assume은 '가정한다'가 아니라 '전제로 깔린다'는 뉘앙스예요
전제를 말할 때 assume을 잘못 쓰면 오히려 자신 없게 들립니다. "I assume..."으로 시작하면 "제 짐작인데요"처럼 읽히거든요. 실제로 근거가 있는 가정이라면 assume의 주어를 바꿔야 해요.
"I assume"은 화자 개인의 짐작이라 IC에서는 근거가 약해 보입니다. 반면 "The base case assumes"는 그 가정이 모델에 내장된 조건임을 보여줍니다. assume이라는 동사가 주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갖는다는 게 핵심이에요. 개인이 assume하면 추측, 시나리오가 assume하면 전제가 됩니다. 또 하나, before의 will be는 미래에 대한 단정처럼 들려서 가정과 어울리지 않아요. assumes an exit multiple처럼 현재형으로 조건을 명시하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리스크는 숨기지 말고 조건절로 먼저 꺼내세요
리스크를 Q&A에서 질문받고 대답하면 늦습니다. 발표 안에서 먼저 조건으로 꺼내야 방어가 되는데, 이걸 영어로 옮길 때 자꾸 부정문이나 걱정 섞인 표현으로 바뀝니다. 리스크는 감정이 아니라 조건으로 말해야 해요.
before의 I am worried는 화자의 감정 상태를 말합니다. 리스크를 걱정으로 표현하면, 듣는 사람은 "이 사람이 이 딜을 불안해하는구나"로 받아들여요. after는 If the regulation changes로 리스크를 조건으로 세우고, 곧바로 그 조건에서의 결과(downside is capped)를 붙입니다. 리스크를 인지했다는 것과, 그 리스크가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한 문장에 담는 구조예요. might hurt us처럼 막연한 동사 대신 capped at 20 percent처럼 숫자로 경계를 그으면 훨씬 방어적입니다.
조건의 강도를 동사로 조절하세요
모든 가정이 같은 확신을 갖는 건 아니죠. 확실한 전제와 불확실한 전제를 같은 톤으로 말하면 심사역이 어디를 파고들어야 할지 헷갈립니다. will, should, could 같은 조동사로 확신의 강도를 구분해줘야 해요.
라이선스 취득 자체가 불확실한 조건인데 결과를 will double로 단정하면, 심사역은 바로 "라이선스 못 받으면요?"로 파고듭니다. after는 secure(get보다 실무적인 동사)로 조건을 명확히 하고, 결과는 should double로 낮춰 예상의 강도를 조절했어요. should는 "근거는 있지만 100퍼센트는 아니다"를 정확히 담습니다. 여기에 roughly와 within the first year를 붙여 숫자와 기간에 범위를 주면, 되물었을 때 방어할 여지가 생깁니다. 정직한 조동사 선택이 오히려 Q&A를 편하게 만들어요.
되물음에 답할 때도 전제를 다시 세우고 결론을 반복하세요
Q&A에서 파트너가 전제를 흔들면, 많은 분이 결론만 반복하거나 "네, 하지만..."으로 방어에 들어갑니다. 이때도 같은 원리예요. 상대가 지적한 전제를 인정하고 다시 세운 다음, 그 위에서 결론을 재확인하는 순서로 답하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before는 But I still think으로 시작해서, 개인의 고집처럼 들립니다. 논쟁이 "당신 생각 vs 내 생각"으로 좁아지죠. after는 Even if that assumption does not hold로 상대가 지적한 바로 그 가정을 조건으로 다시 세우고, the deal still clears our hurdle rate로 결론을 조건 위에 올립니다. 감정 대결이 아니라 조건 검증으로 대화를 되돌리는 거예요. does not hold는 가정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실무 표현이고, clears our hurdle rate는 기준 수익률을 넘긴다는 뜻으로 IC에서 바로 통하는 말입니다.
이 다섯 개의 문장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예요. 결론을 약하게 만든 게 아니라, 결론을 딛고 설 바닥을 먼저 깔았다는 겁니다. 전제를 앞에 붙이는 습관은 발표를 길게 만드는 게 아니라, Q&A를 짧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문장들은 한 번 자연스럽다고 넘기면 다음 IC에서 또 같은 자리에서 막혀요. 영작만은 이렇게 직접 써본 문장을 전부 저장해두고, why까지 한국어로 짚어 맞춤 복습으로 돌려줍니다. 다음 발표 전에, 오늘 흔들렸던 그 문장 하나를 직접 써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