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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정산·컴플라이언스, 사전에 없는 실무 단어를 영어로 옮길 때

2026-08-11
리스크·정산·컴플라이언스, 사전에 없는 실무 단어를 영어로 옮길 때

정산 담당자가 카운터파티에 메일을 보냅니다. "미결제 건 정산 확인 부탁드립니다"를 영어로 옮기려는데, 손이 멈춥니다. 정산이 settlement인지 reconciliation인지, 미결제가 unpaid인지 outstanding인지. 사전을 찾으면 단어는 나오는데, 어느 걸 골라야 실무에서 안 튀는지는 안 나옵니다.

이게 금융·외국계·무역 실무자의 진짜 아픈 지점입니다. 일상 회화는 어떻게든 되는데, 정작 매일 쓰는 실무 표현이 교과서에 없습니다. 리스크, 익스포저, 컴플라이언스, 정산, 이런 단어들은 한국어로도 반쯤 영어로 섞어 쓰다 보니, 막상 문장으로 만들면 조사가 붙듯 어색해집니다.

문제는 단어 하나가 아니라 문장 전체의 뉘앙스라는 거예요. 같은 "확인"도 상황에 따라 confirm, verify, check가 다 다르게 읽힙니다. 오늘은 실무자들이 자주 어긋나는 지점을 문장 단위로 짚어볼게요. 그냥 자연스럽다는 말 대신, 왜 그런지까지요.

"정산"은 상황마다 다른 단어입니다

정산을 영어로 뭐라고 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settlement라고 답합니다. 틀린 건 아니지만, 실무에서 정산은 두 가지 다른 일을 가리킵니다. 하나는 실제로 돈이 오가는 결제 완료(settlement), 다른 하나는 양쪽 장부를 맞춰보는 대사 작업(reconciliation)이에요.

이렇게 쓰기 쉽죠“Please settle the account discrepancy by Friday.”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Please reconcile the account discrepancy by Friday.”
차이를 맞춰보는 작업은 reconcile, 실제 대금을 지급·정산하는 건 settle

여기서 settle을 쓰면 상대는 "금요일까지 돈을 보내라"로 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장부상 차이를 대조해달라는 요청이었죠. discrepancy(불일치)라는 목적어가 붙는 순간, 동사는 reconcile이 맞습니다. 차이는 지급하는 게 아니라 맞추는 거니까요.

동사가 목적어를 바꾸는 게 아니라 목적어가 동사를 정한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account balance는 settle하고, account discrepancy는 reconcile합니다.

"미결제"는 unpaid가 아니라 outstanding입니다

미결제 건을 unpaid item이라고 쓰는 분이 많은데, 실무 메일에서는 outstanding을 씁니다. unpaid는 "돈을 안 냈다"는 사실 판정에 가깝고, outstanding은 "아직 처리 대기 중"이라는 중립적 상태를 가리켜요.

이렇게 쓰기 쉽죠“We noticed you have several unpaid invoices from last quarter.”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We noticed several outstanding invoices from last quarter.”
unpaid는 상대를 채무 불이행자처럼 만드는 뉘앙스, outstanding은 담백한 사실

before 문장은 문법적으로 완벽합니다. 그런데 unpaid가 상대에게 "당신이 안 냈다"는 손가락질처럼 들려요. 카운터파티와 거래를 이어가야 하는 관계에서는 부담스럽습니다. outstanding은 감정을 뺀 표현이라 재무·정산 메일의 표준이 됩니다.

그리고 "you have"를 빼고 그냥 "we noticed several outstanding invoices"로 시작한 것도 의도적이에요. you로 시작하면 책임 소재가 상대에게 쏠리는데, we noticed로 열면 우리가 발견한 사실을 공유하는 톤이 됩니다. 같은 내용인데 관계가 덜 상하죠.

risk는 "동사가 뭐냐"에서 갈립니다

리스크는 명사로는 다들 잘 씁니다. 문제는 "리스크를 줄인다", "리스크에 노출됐다" 같은 표현이에요. 여기서 한국어 감각으로 동사를 골랐다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This position has a high risk to the exchange rate.”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This position is exposed to exchange rate risk.”
"~에 노출됐다"는 be exposed to, 위험을 안고 있는 상태를 그린다

before의 "has a high risk to"는 한국어 "환율에 높은 리스크가 있다"를 직역한 티가 납니다. 영어에서 risk가 특정 대상을 향할 때는 risk of 또는 risk to를 쓰는데,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이 포지션이 환율 변동에 노출돼 있다"였죠.

이럴 때는 be exposed to를 씁니다. be동사와 과거분사 exposed가 붙어 "노출된 상태"를 그리는 거예요. 여기서 흥미로운 건 be동사의 역할입니다. 리스크에 노출되는 건 이 포지션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태에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do 계열 동사가 아니라 be동사 문형이 맞습니다. 상태를 그릴 땐 be, 동작을 그릴 땐 do로 갈린다는 감각이 이런 데서 힘을 발휘해요.

"확인 부탁드립니다"의 확인은 세 가지입니다

컴플라이언스나 정산 메일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만큼 자주 쓰는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확인을 전부 confirm으로 쓰면 상대가 헷갈립니다. 영어의 확인은 최소 세 갈래예요.

이렇게 쓰기 쉽죠“Could you confirm the transaction details are correct?”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Could you verify the transaction details are correct?”
사실이 맞는지 대조·검증은 verify, 하겠다는 의사를 못박는 건 confirm

confirm은 "그렇게 하겠다"는 의사를 확정하는 겁니다. "회의 참석 confirm 부탁드립니다"처럼요. 반면 거래 내역이 정확한지 대조해달라는 요청은 verify입니다.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이니까요. 그냥 한번 봐달라는 정도면 check도 됩니다.

before 문장을 받은 상대는 "내가 뭘 하겠다고 약속하라는 거지?"라고 잠깐 멈칫합니다. 내역이 맞는지 대조해달라는 의도라면 verify가 오해를 없애줘요. 같은 한국어 "확인"이라도, 영어에서는 동사가 요청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조건절의 시제가 조건의 성격을 바꿉니다

무역 계약이나 거래 조건을 영어로 옮길 때, if절의 시제를 잘못 쓰면 조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인지, 가정일 뿐인지가 시제로 갈리거든요.

이렇게 쓰기 쉽죠“If the shipment would be delayed, we would notify you immediately.”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If the shipment is delayed, we will notify you immediately.”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현재시제 + will, would는 비현실적 가정에 쓴다

before처럼 if절에 would를 넣으면, "배송이 지연될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지만 만약 그런다면" 같은 비현실적 가정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무역 실무에서 배송 지연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죠. 이럴 땐 if절에 현재시제(is delayed), 주절에 will을 씁니다.

시제 하나가 조건의 무게를 바꾸는 거예요. 실제 발생 가능한 상황이면 현재 + will,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가정이면 과거 + would. 계약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하는 문서에서 이 구분은 분쟁의 씨앗을 없애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무 단어는 결국 내 문장으로 남습니다

정산이 settle인지 reconcile인지, 미결제가 unpaid인지 outstanding인지는 검색하면 그때는 알게 됩니다. 문제는 다음 주에 또 잊는다는 거예요. 실무 표현일수록 한번 찾아서 될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문장으로 써봐야 몸에 붙습니다.

영작만은 여러분이 쓴 문장이 전부 저장돼 맞춤 복습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첨삭이 "그냥 자연스러워요"로 끝나지 않아요. 왜 verify이고 왜 confirm이 아닌지, 왜 be exposed이고 has a risk가 아닌지를 한국어로 짚어줍니다. 금융·무역·컴플라이언스 같은 비즈니스 직군의 실무 문장까지 다루니, 오늘 쓴 정산 메일이 그대로 교재가 되기도 하고요.

읽어서 아는 단어와 써서 아는 단어는 다릅니다. 오늘 어긋났던 그 문장 하나만 제대로 써보면, 다음에 같은 메일을 쓸 때 손이 덜 멈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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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해석을 보고 직접 영작하면 AI가 문장마다 왜 그렇게 쓰는지 짚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