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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리뷰 코멘트, 영어로 쓰면 왜 자꾸 명령처럼 읽힐까요

2026-08-06
코드 리뷰 코멘트, 영어로 쓰면 왜 자꾸 명령처럼 읽힐까요

리뷰어로 지정된 PR이 하나 떠 있습니다. 코드는 다 봤고, 여기 이 함수는 좀 나눠야 할 것 같은데. 한국어라면 "이 부분 분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 줄이면 끝날 일인데, 영어 코멘트 창 앞에서 커서만 깜빡입니다.

결국 이렇게 씁니다. "Split this function." 보내고 나서 왠지 찜찜합니다. 명령처럼 읽히나? 그렇다고 "Could you please kindly split this function into smaller pieces if possible?" 하자니 코멘트 한 줄에 사족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리뷰는 하루에도 여러 개인데, 매번 이 톤을 저울질하고 있으면 일이 안 됩니다.

개발자·PM·연구직의 영어는 회화랑 결이 다릅니다. 길게 말할 일은 별로 없어요. 대신 스탠드업 한 줄, PR 코멘트 한 줄, 이슈 제목 한 줄, 커밋 메시지 한 줄. 짧은 문장이 하루에 수십 번 쌓입니다. 이 짧은 문장이 딱딱하거나 애매하면, 팀이 나를 그렇게 읽습니다. 오늘은 그 짧은 문장들을 문장 단위로 뜯어봅니다.

명령문이 무례한 게 아니라, 근거가 빠진 게 문제예요

많은 분이 리뷰 코멘트에서 명령문을 피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영어 코드 리뷰에서 명령문 자체는 흔합니다. 문제는 명령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왜 그래야 하는지가 문장에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Split this function.”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This function is doing two things at once, so I'd split it here.”
지시가 아니라 관찰 + 제안으로 바꿉니다.

before의 "Split"은 동사원형으로 시작하는 순수 명령문이라 상대의 선택지가 없습니다. after는 먼저 "이 함수가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고 있다"는 관찰(be동사 문장)로 근거를 깔고, 그다음 "I'd split it"으로 내 제안을 붙입니다. 여기서 I'd는 I would의 축약인데, would가 들어가면 "내가 만약 한다면 이렇게 하겠다"는 뉘앙스가 되어 강제력이 줄어듭니다. 명령("해라")이 아니라 제안("나라면 이렇게")으로 무게가 옮겨가는 거죠.

핵심은 정중한 표현을 덧붙이는 게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문장에 담는 겁니다. 근거가 있으면 명령문도 안 무례하고, 근거가 없으면 아무리 please를 붙여도 겉돌아요.

스탠드업의 "어제 이거 했어요"는 과거인데, 현재완료가 자연스러울 때가 있어요

스탠드업에서 어제 한 일을 말할 때 습관적으로 과거형만 씁니다. "I fixed the bug." 틀린 문장은 아닌데, 상황에 따라 어색하게 들립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Yesterday I fixed the login bug. Today I do the API part.”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I've fixed the login bug, and today I'm working on the API.”
지금까지 이어진 결과는 현재완료, 오늘 진행 중인 일은 현재진행형.

before의 "I fixed"는 단순 과거라 "어제 그 시점에 고쳤다"는 사실만 전합니다. 그런데 스탠드업에서 진짜 전하고 싶은 건 "그 버그는 이제 처리됐고, 지금 상태가 그렇다"는 현재의 결과예요. 그럴 때 현재완료(I've fixed)가 맞습니다. 완료된 행동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문법이 자동으로 표현해 주거든요.

뒤의 "Today I do the API part"도 어색합니다. do 같은 단순현재는 습관이나 반복을 뜻해서, "나는 매일 API 파트를 한다"처럼 들립니다. 오늘 진행 중인 일은 현재진행형 "I'm working on"이 자연스럽습니다. be동사(am) + 진행(working)의 조합이 "지금 이걸 하는 중"이라는 시간 감각을 정확히 잡아줍니다.

이슈 제목은 be동사보다 명사구가 짧고 강해요

이슈나 버그 리포트 제목을 문장으로 길게 쓰는 분이 많습니다. 제목은 스캔하는 물건이라 문장보다 명사구가 훨씬 잘 읽힙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The app is crashing when the user uploads a large file”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Crash on uploading large files”
제목은 완결된 문장이 아니라 라벨입니다.

before는 완결된 문장이라 주어(The app), be동사(is), 관사(the user)까지 다 들어가서 길어집니다. 제목에서는 이 요소들이 대부분 군더더기예요. 무엇이 크래시하는지는 본문에 있으니, 제목은 "무슨 문제가, 언제"만 남기면 됩니다.

after의 "Crash on uploading"에서 on 뒤에 동명사(uploading)를 쓴 게 핵심입니다. 영어에서 전치사 다음에 동사가 오면 반드시 -ing 형태가 되거든요. "on upload"도 아니고 "when uploads"도 아니라 "on uploading"입니다. 그리고 files를 복수형으로 쓰면 "특정 그 파일 하나"가 아니라 "큰 파일 전반"을 가리켜서, 재현 조건을 일반화해 전달합니다. 관사 the를 굳이 붙이지 않는 이유죠.

"확인했어요"의 checked, 뭘 확인했는지에 따라 동사가 달라져요

리뷰나 QA 맥락에서 "확인했다"를 전부 check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어 "확인"이 넓어서 그런데, 영어는 확인의 종류마다 동사가 나뉩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I checked your PR and it works. I'll check with the team about the deadline.”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I reviewed your PR and it works. I'll check with the team about the deadline.”
코드를 살펴본 건 review, 사람에게 물어보는 건 check with.

before의 첫 문장 "I checked your PR"은 틀린 건 아니지만, check는 "이상 없는지 점검했다"는 가벼운 느낌이라 코드 리뷰의 무게에 조금 못 미칩니다. 코드를 읽고 판단한 행위는 review가 정확합니다. review는 타동사라 바로 뒤에 목적어(your PR)가 옵니다.

반대로 두 번째 문장 "check with the team"은 그대로 두는 게 맞아요. 여기서 check with는 "누군가에게 물어봐서 확인하다"라는 숙어라 전치사 with가 반드시 붙습니다. check the team이라고 쓰면 "팀을 점검한다"는 이상한 뜻이 되거든요. 같은 check라도 뒤에 with가 있느냐 없느냐로 의미가 완전히 갈립니다. 자·타동사 감각이 여기서 갈립니다.

PM의 "우선순위 낮춰도 될까요"는 조동사 하나로 톤이 결정돼요

일정이나 스코프를 조정할 때, PM의 영어 한 줄이 팀의 반응을 바꿉니다. 같은 제안이라도 조동사에 따라 통보처럼 들리기도, 협의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쓰기 쉽죠“We will deprioritize this task for now.”
이렇게 쓰면 자연스러워요“I think we can deprioritize this for now. Does that work for everyone?”
will은 결정 통보, can은 가능성 제안. 뒤에 질문을 붙이면 문이 열립니다.

before의 "We will deprioritize"는 will이 이미 정해진 미래를 뜻해서, 논의가 아니라 결정된 사항을 통보하는 느낌입니다. 팀 결정이 정말 끝난 상황이면 괜찮지만, 아직 논의 중이라면 상대가 낄 틈이 없어 보여요.

after는 "I think we can"으로 시작합니다. can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 여지를 남기고, I think가 앞에 붙으면 "이건 내 생각인데"라며 한 발 물러섭니다. 그리고 "Does that work for everyone?"으로 질문을 던져 실제로 문을 엽니다. 여기서 work는 "작동하다"가 아니라 "다들 괜찮은가"라는 뜻의 자동사 용법인데, 원어민 회의에서 정말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강하게 밀 것이냐 함께 정할 것이냐를, 문장 구조가 아니라 조동사 하나가 결정합니다.


이런 문장들은 문법책의 예문이 아니라 오늘 내 PR 창에 실제로 쓸 문장입니다. 그래서 한 번 검색해서 고른 표현은 다음 리뷰 때 또 잊어버리기 쉬워요. 검색한 표현은 남지 않지만, 내가 직접 써 본 문장은 남습니다. 오늘 리뷰 코멘트 하나를 before/after로 다시 써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읽었으면, 한 번 써 보세요.

한글 해석을 보고 직접 영작하면 AI가 문장마다 왜 그렇게 쓰는지 짚어 줍니다.